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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근절 가능성은?
기자 ()  |  기사전송  2020-07-25 00:19:58  |  최종수정  2020-07-25 00:19:58

경찰청은 3월 20일, 텔레그램 n번방 중 7번방과 박사방을 포함해 텔레그램 내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유포·소지한 피의자 124명을 검거하고 18명을 구속했다. 23일에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박사)의 신상을 공개했다. 5월 9일에는 조주빈의 공범 강훈(부따), n번방 창시 문형욱(갓갓) 등의 관련자가 계속 구속됐다. 최근에는 성착취물 제작에 가담한 유료회원도 구속되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방, 텔레그램 n번방


n번방 가해자들은 트위터 등의 SNS에서 일탈계를 운영하는 여성들을 목표로 삼았다. 일탈계란 자신의 알몸 등을 찍어서 올리는 계정을 말한다. 가해자들은 일탈계로 해킹 코드를 보내거나 거짓 구인 공고를 올리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피해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취득했다. 가해자들은 갈취한 신상 정보로 피해자에게 스스로 상해를 입히도록 협박하고 인증할 것을 요구했다. 더 나아가 여성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하고 그 영상을 촬영해 텔레그램에 유포했다. 가해자들은 여성 신체 일부에 ‘노예’, ‘박사’ 등을 새기게 했고, 사진을 올려 노예라고 인증하게 했다. n번방에 유포된 성 착취 영상에는 상세히 기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영상들이 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와 피해사례가 보도되면서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 3월 2일부터 “성 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시작됐다. 해외 서버를 사용하는 텔레그램의 경우 국제 공조 수사가 사건을 근절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청원자는 주장했다. 동의하는 사람은 20만 명을 돌파했다.


 


텔레그램으로 숨어든 범죄


2019년 2월 1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웹사이트 차단 기술인 ‘https 차단’을 통해 음란물, 불법 도박 정보 등이 유통되는 해외 유해 사이트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불법 사이트 소라넷과 다수의 음란물이 유통되던 텀블러(SNS) 등이 폐쇄됐다. 국내 포털사이트나 웹하드 사이트 등에서 이루어지던 사이버 성범죄는 텔레그램으로 옮겨졌다.


텔레그램이란 2013년에 개발된 독일의 모바일 메신저로 속도와 보안에 중점을 두어, 정치적 검열과 감시를 피해야 하는 사이버 망명 시대에 주목을 받고 있다. 텔레그램이 보안성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이유는 서버의 차이에서 나온다.


메시지는 서버를 통해 전달된다. 일반적으로 SNS는 메시지가 일정 기간 서버에 저장되지만 텔레그램은 저장되지 않는다. 보안성이 높아져 대화 내용 노출 부담이 감소하게 된다. 또 텔레그램은 일반 메시지 기능과 비밀 메시지 기능을 갖고 있다. 일반 메시지는 일반 SNS와 마찬가지로 상대방 확인 여부에 영향 없이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지만, 비밀 메시지는 단말기끼리 비밀번호가 공유되어야만 채팅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2008년부터 정치적인 검열과 감시를 피해 집단적으로 망명이 펼쳐졌던 텔레그램의 명성을 흔드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텔레그램의 보안성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익명으로 쉽게 채팅방을 만들 수 있고, 해외 서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악용됐다.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 발생한 범죄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져 사회에 충격을 안기게 된 것이다.


 


디지털성범죄의 근절이 시작되나, ‘n번방’ 방지법


n번방 사건 이후, 성범죄자에 대한 기준과 처벌을 강화한 ‘성폭력 특례법 개정안’과 ‘형법’ 개정안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성착취물 제작‧유포의 경우 기존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됐다. ‘성폭력 특례법 개정안’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더불어 ‘형법’의 의제 강간의 기준도 높아졌다. 개정안은 의제 강간에 해당하는 미성년자의 나이를 13세에서 16세로 높였다. 따라서 폭행과 협박이 없는 성관계가 이루어져도, 성인이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 시 강간 등에 준하는 형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경우 논란이 지속됐다. 개정안은 온라인 사업자에게 불법 성적 촬영물 유통방지 의무를 부여했다. 하지만 온라인 사업자의 심의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적인 대화방이 아닌 게시판처럼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개적인 공간에만 적용할 예정”이라며 반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신고가 접수된 성착취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인터넷 사업자와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불법 촬영된 영상물의 재유포만 막을 수 있으며,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 국내 인터넷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텔레그램과 같이 해외 서버를 사용하는 경우, 법 적용이 여전히 불가능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계를 보완하고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디지털 성범죄물의 제작 등에 대한 처벌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관련 범죄의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제도를 보완하는 법개정과 조치들이 이루어졌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확대되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유인, 길들여 동의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도 신설되고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도 강화됐다.


디지털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시행령까지 개정됐지만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언급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업체에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할 의무를 갖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시행령에서 인터넷사업자의 단속 대상 서비스를 정하는 과정에서 폐쇄적인 단체방에 대한 감시도 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구글을 법 적용이 가능하지만 본사 소재지가 불확실한 텔레그램은 이번 법 계정에 계기가 된 사건이 벌어진 사업자임에도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이다. 법적 보완이 필요하며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강화된 양형 기준도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 개정 주요 내용


 


제3조(특수강도강간 등)


① 「형법」 제319조제1항(주거침입),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 제331조(특수절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0조 및 제331조의 미수범으로 한정한다)의 죄를 범한 사람이 같은 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및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를 포함한다)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0장 협박의 죄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②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절 부가통신사업


제22조의5(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제22조제1항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을 신고한 자(제22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포함한다)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이 유통되는 사정을 신고, 삭제요청 등을 통하여 명백히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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